AI로 10개를 동시에 돌린다는 것 — 쉬운 게 아니라 덜 힘든 겁니다
AI 코딩 도구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면 정말 편해질까요? 실제로 6~10개를 병행하며 확인한 것 — 멀티플레이는 고통을 없애주지 않고, 줄여줄 뿐입니다.


"AI로 개발한다고요? 그럼 동시에 몇 개나 하고 계세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요즘 저는 6~10개 사이의 프로젝트·고객건을 동시에 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말하면 대부분 오해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AI 덕분에 그게 쉬워졌겠네요"라는 오해입니다.
아닙니다. 쉬워진 게 아니라, 덜 힘들어진 겁니다. 이 차이가 이 글의 전부입니다.
어떻게 동시에 돌리는가
먼저 방식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프로젝트별로 독립된 작업 공간(git worktree)을 만들어 여러 세션을 병렬로 돌립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반복 교정·판단 기준은 메모리로 남겨 다음 세션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코드를 건드릴 때마다 타입체크·테스트를 통과해야 턴이 끝나는 종료 게이트를 걸어둡니다.
이 구조 덕분에 프로젝트 A를 보다가 B로 넘어가도 맥락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고, 실수를 걸러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항상 켜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럼 진짜 편하겠네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힘든 것은 그대로 남습니다
병렬로 돌리는 시스템이 없애주는 건 반복 작업과 맥락 재설명 비용입니다. 없애주지 않는 게 있습니다.
- 동시에 몇 개가 걸려있다는 무게 자체. 프로젝트 하나하나는 가벼워져도, 6~10개가 동시에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로 머릿속에 떠 있는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 판단은 여전히 제 몫입니다. 이 요구사항이 맞는 방향인지, 이 코드가 정말 배포해도 되는지는 AI가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갯수가 늘면 판단해야 할 순간의 총량도 늘어납니다.
- 전환 비용은 줄었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A 프로젝트의 맥락에서 B 프로젝트의 맥락으로 머리를 넘기는 데는 여전히 시간과 에너지가 듭니다. 도구가 기록을 대신 들고 있어줄 뿐, 제 머리가 그 전환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AI로 10개를 동시에 돌린다"는 말을 들으면 속으로 항상 이렇게 고쳐 듣습니다. "AI 덕분에 10개를 버틸 만하게 돌린다."
혼자 하는 것의 고통은 숫자와 무관합니다
프로젝트가 1개일 때도 혼자 하는 일은 힘듭니다. 판단할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는 건, 잘못된 판단을 걸러줄 사람도 나 하나뿐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가 6~10개가 되면 이 고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병렬로 늘어납니다. 도구는 각 프로젝트 안에서의 반복·실수를 줄여주지만,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를 오가며 전부를 혼자 짊어지는 구조 자체는 바꿔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AI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늘려줬다고 해서, 혼자 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도구가 반복 비용을 줄여준 만큼, 남은 건 순수하게 판단과 책임의 총량이고, 이건 사람이 늘어야 나눌 수 있는 영역입니다.
"혼자 10개를 할 수 있다"는 말은 "10개를 쉽게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10개를 버틸 만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그 버티는 힘을 계속 갈아 넣을지, 아니면 판단을 나눌 사람을 늘려서 각자가 지는 무게를 줄일지 — 이게 AI 시대에 1인 개발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멀티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다만 그 멀티플레이를 계속 혼자 감당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